에메랄드 드락숨쵸 가는 길

 


드락숨쵸에서 흘러오는 에메랄드빛 강물. 눈부신 아름다움.

 

빠이에서 드락숨쵸(빠순쵸)까지는 130km가 넘지만, 험한 길이 아니어서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드락숨쵸 가는 길은 빠이에서 98km 떨어진 바헬에서 길이 갈라진다. 바헬을 지나 드락숨쵸가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점점 환상적으로 바뀌어 간다. 에메랄드빛 강물과 샛노란 꽃이 흐드러진 유채밭과 군데군데 드러나는 설산의 흰 봉우리들. 특히 시각을 자극하는 유채밭은 드락숨쵸 입구까지 내내 펼쳐져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더욱 기막힌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드락숨쵸 가는 길에 펼쳐진 유채밭.

 

드락숨쵸에서 흘러온 에메랄드 물빛이 바위 계곡에 부딪쳐 연한 옥빛으로 부서져 내리는 모양은 멀리 해발 6000m급 설산 봉우리와 어울려 멋진 달력에서나 본 풍경을 그대로 연출해낸다. 티베트에서도 이런 풍경이 결코 흔한 것은 아니다. 드디어 드락숨쵸(해발 3540m)에 이르면 드넓게 시야가 트이면서 빙하호 특유의 빛깔인 에메랄드빛 호수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호수 중간에는 쪼종 섬이 몽환적인 호도를 이루고, 출렁거리는 나무다리가 길게 섬을 연결하고 있다. 섬에는 쪼종 사원이 자리해 있는데, 워낙에 화려한 풍경에 깃들어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사원은 한없이 소박하고 간결해 보인다.

 

드락숨쵸에서 흘러내리는 물길. 에메랄드빛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만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티베트의 차마고도는 이제 중국인과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새롭게 떠오르는 인기 여행코스로 자리잡았다. 이들이 차마고도를 찾는 이유는 오랜 동안 이 곳이 군사지역으로 묶여 접근이 통제되어 왔고, 그 때문에 오히려 천연한 풍경이 온전히 남아 있으며, 티베트 전통마을과 전통문화가 제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마고도를 여행하려면 아직도 많은 어려움과 절차를 필요로 한다. 우선 이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여행증(윈난의 여행사에서 발급한다)과 함께 군사지역통과허가증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단체가 아닌 개인이 발급받기는 여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런 절차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차마고도는 점점 더 많은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호수 안에 섬이 있는 에메랄드빛 드락숨쵸 풍경.

 

물론 최근에는 허가를 받지 않은 개인이 차마고도를 여행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의 공안을 피해 여행하는 사람들이다. 걸리면 곧바로 추방당하지만, 요즘에는 중국 공안의 검문이 눈에 띄게 느슨해져 라싸까지 가는 동안 단 한번도 검문당하지 않고 도착하는 여행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최근 국내에서는 차마고도를 테마로 한 다큐멘터리가 두 곳의 방송사에서 경쟁적으로 방영된 적도 있다.

 

드락숨쵸 가는 길에 바라본 만년설 봉우리.

 

차마고도에 대해 전혀 몰랐던 시청자들로서는 도대체 차마고도가 무엇이길래, 하고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중국이나 유럽에서는 차마고도(Tea-Road)에 대한 인지도가 결코 실크로드에 못지 않다. 중국과 유럽에서 차마고도 여행이 인기를 끌자 2년여 전부터는 두어 곳의 국내 여행사에서도 차마고도 여행상품(외국인여행증과 군사지역통과허가증 발급)을 내놓고 있다.

 

드락숨쵸 호수 안의 쪼종사원 마니석.

 

드락숨쵸로 빠졌던 길을 돌려 바헬에서 다시 318번 국도로 접어들면 공푸족이 많이 사는 공푸장따와 메드로 공카가 지척이다. 메드로 공카에서 라싸까지는 75km. 저녁이면 라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탄 차는 공푸장따를 지나 해발 4865m의 만숭라 산을 넘지 못해 멈춰서고 말았다. 한번 손을 봤다는 배터리가 또다시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차에 타고 있던 일행은 모두 밖으로 나와 차를 밀어보았으나, 엔진은 천식환자처럼 그르렁거릴 뿐, 요지부동이었다.

 

드락숨쵸에서 만난 새끼 돼지 두 마리.

 

오르막길에서 1시간이나 차를 밀었더니, 모두들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급기야 운전수는 산 중턱에 차를 세워놓고, 산 너머 마을인 메드로 공카까지 갔다 올 태세였다. 그가 그 마을까지 갔다 온다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설령 돌아온다 해도 그곳에 카센터가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드락숨쵸 가는 길에 만난 대장금 얼음과자.

공푸족이 많이 사는 공푸장따 시내 거리 풍경.

 

2시간을 그냥 길에서 보냈다. 어쩌면 라싸를 코앞에 두고 차에서 밤을 세워야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힘을 모아 한번 더 차를 밀었다. 거짓말처럼 시동이 걸렸다. 저녁 10시 40분. 하늘에는 반짝이는 은하수가 라싸로 흘러가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키츄 강도 부드럽게 계곡을 에둘러 간다. 강 건너 멀리 졸음 속에 깜박이던 불빛도 점점 또렷하게 다가온다.

 

만숭라 산의 저녁 노을.

 

그 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운전만 해오던 운전수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라싸! 라싸!”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일제히 그 말을 받아 “라싸! 라싸!” 소리쳤다. 드디어 라싸에 도착한 것이다. 자정을 10분 넘겨 라싸에 도착했다. 중띠엔을 출발해 차마고도를 달린 지 8일만에 라싸에 도착한 것이다. 나는 무슨 8일간 오체투지라도 한 양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글/사진: 이용한 http://blog.naver.com/binkond 

 

라싸 야크호텔 옥상에서 바라본 아침의 포탈라궁과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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